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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1년①] 끝나지 않은 지진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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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해읍 인구 '급감'…지역경제 '휘청'
지진대피소 208명 이재민 남아 힘든 삶 이어가

포항시 북구 흥해읍 지진 피해현장 주변으로 구급차량이 이동하는 모습. 윤창원기자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했다. 1978년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강력한 규모다. 그동안 응급복구는 대부분 마무리됐고 피해지역에 대한 도시재생사업도 본격화되고 있지만 대피소에는 아직도 많은 이재민이 남아 있고 시민들의 트라우마도 여전하다. 포항CBS는 지진 발생 1년을 맞아 시민들의 삶에 깊게 패여 있는 상처와 앞으로 나가야할 방향 등을 모두 3차례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① 지진 1년, 끝나지 않는 지진의 고통
② 지진 원인은?…유발지진 '논란'
③ 지진의 상처에도 '희망의 싹' 피우다

1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지진으로 지하 기둥 등이 파손되면서 건물이 3~4도 정도 기울어져 '피사의 아파트'로 불렸던 곳이다.

쇠사슬로 차량 진입을 막아 놓은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서자 곳곳에 쓰레기가 널려 있고 화단에는 잡초가 무성하다. 아파트 입구에는 바람에 날린 낙엽이 켜켜이 쌓여 얼마나 오랜 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 아파트에 재개발을 요청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문석준 기자

 


5층 건물의 베란다 유리창 곳곳은 깨져있고, 누군가 빼놓은 현관문과 창틀 등은 방치돼 있어 마치 흉가를 연상하게 했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흥해읍 중심지에서도 그대로 느껴졌다. 흥해 5일장이 열리는 날이지만 장터주변을 제외하고는 인기척을 찾기 힘들었다.

가끔씩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삶의 활력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빵집을 운영하는 권옥자(67.여)씨는 "지진 이후 매출은 예전의 절반도 안 되고, 흥해 인구도 계속 줄어드는 것이 느껴진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 가게를 팔고 흥해를 떠나야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씨의 말처럼 지진 이후 진앙인 흥해는 직격탄을 맞았다. 수십 년간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다른 동네로 빠져나가면서 활기를 잃고 상권은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흥해읍 인구는 지진 발생 전인 지난해 10월 3만 4천100여명에서 1년 뒤인 올해 9월엔 3만 3천400여명으로 700명 이상 감소했다. 주소는 흥해에 두고 거주지만 옮긴 사람도 있어 인구 유출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아 있는 사람들도 여전히 지진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박병수(74)씨는 "지금도 대형차량이 지나가면서 집이 흔들리면 지진인가 싶어 불안할 정도로 트라우마가 심하다"며 "언제쯤 이런 불안감이 사라질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12일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지진 대피소 모습. 문석준 기자

 


1년째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하다.

지진 이후 800여 가구 2천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고, 이 중 집이 크게 파손돼 '이주판정'을 받은 788가구는 이주를 완료했다.

그러나 외벽 곳곳이 갈라지거나 부서졌지만 정밀점검 결과 '위험 등급'을 받지 못한 91가구 208명의 이재민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대피소에 남아 있다.

이모(67)씨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대피소 생활은 여전히 힘들고 비참하다"면서 "가끔 술 한 잔을 하고 용기를 내어 집에 들어가지만 불안감에 어느새 대피소로 돌아온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옥연(78.여)할머니는 "수십 년간 함께 살던 이웃들이 지진 이후 모두 뿔뿔이 흩어져 이제는 소식조차 들을 수 없다"며 "하루 빨리 지진이 완전히 수습돼 예전처럼 이웃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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